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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ntinues

December

31일 화요일, 날씨 매우 춥고 맑음

대한민국 올해 7대 뉴스

  1.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탄핵
  2. 무안공항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
  3. 전공의/의대생 집단파업, 의료대란
  4. 북한 오물풍선 살포
  5. 환율 1470원, 경제성장률 1퍼센트대, 출산율 0.6대, 위기의 대한민국
  6.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7.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배터리공장 화재, 시청역 차량 돌진..

재성이네 가족 올해 7대 뉴스

  1. 우리에게 찾아온 딱복이
  2. 우리 곁을 떠나 평안을 찾은 달리
  3. 손목결절종 제거 수술, 피지낭종 제거
  4. 신당동 이사, 혼인신고, 신차 출고
  5. 장발 후제스, 단발 오유삼
  6. 최초의 해외여행
  7. 운전면허취득 오유삼
30일 월요일, 날씨 흐림

연말에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지.. 무안공항에서 사람 179명이 죽었다. 이게 참.. 사람 목숨이라는게.. 안그래도 연말에 방학을 보내면서 최소한의 단기목표라도 정하려고 했는데, 마음만 잔뜩 심란해졌달까.

딱복이가 살아갈 세상에 세월호도 이태원도 무안공항도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다. 지켜야 할 가족이 더 생길수록 겁만 많아진다. 영원한 겁쟁이 소시민이 될 예정인걸까?

25일 수요일, 날씨 흐림

월요일부터 휴가를 쓰고 수술 및 입원을 진행했다. 처음 방문했던 신당역의 큰바로의원에서는 단순한 결절종이라고 했지만, 발산에 있는 수부전문 정형외과 두팔로 정형외과에서는 뼈가 튀어나와서 그렇다고, 뼈까지 깎아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최종적으로 좌측 수부에 carpal boss 에 의한 ganglion cyst 가 발병하여 2중수골 골증식체 제거술과 결절종 절제생검술을 수행하였다. 수술은 처음 해보는데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겨드랑이 쪽으로 팔 전체를 마취한 후 수면마취를 해서 수술을 진행했는데, 미리 꽂아둔 링거를 통해 진정제인지 뭔지 넣는다는 기억이 마지막으로 눈을 떠보니 수술이 끝나있었다. 내가 마취 주사를 맞았던가..? 맞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진짜 기억인가? 만들어진 기억인가? 기묘한 경험이었다.

그리하여 화요일에 퇴원한 후에 현재는 왼손을 비교적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일주일…. 나는 이번 방학동안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앞으로 곰곰히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다.

17일 화요일

15일 저녁에 형네 집에서 형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이기로 했건만, 큰아버지의 부고를 들어 다같이 삼척으로 내려가게 됐다. 그다지 예상하고 있던 뉴스는 아니었기에 아빠가 먼저 내려가서 상황을 보기로 했는데, 16일 월요일에 형수의 양수가 터져 병원으로 갔고, 조카가 태어났다. 그리하여 나와 유진이만 16일에 삼척으로 내려와 장례를 치르고 왔다. 간암 말기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같이 자다가 일어나지 못하셨다고 했다.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혼자 사는 처지에 혼자 있다가 가시면 오래도록 발견이 못될수가 있다.

장례를 치르면서, 자녀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큰아버지는 자녀가 없으셨다. 큰아버지는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친족들이 참여한 승화원에서 화장되신 후 유택동산으로 가셨다. 큰어머니는 장례식에는 오지 않으시고 승화원 멀리에서 목례를 하고 가셨다고 한다. 나는 화장되는 동안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같은 곳에서 기다렸는데, 그곳이 알고보니 유택동산이란 곳으로, 나중에 알아차리기를 봉안함으로 가거나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모든 분의 유골이 한데 모이는 곳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유골을 다시 찾을 수도 없고, 언제 다른 곳으로 이전되실지도 알 수 없고, 그리하여 마음이 허할 때 찾고싶어하는 이들이 없는 분들이 많이들 선택하시는 곳이란다. 본인의 선택은 아니겠지만…

장례를 치르며 이것저것 많이 듣게 됐다. 아빠는 집안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으므로 많은 내용이 새로웠다. 큰집은 자궁 외 임신 2번으로 절제를 해서 더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박에 더 집중하셨던 걸까? 할아버지는 삼척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고 한다. 할머니도 두분이셨고, 사별이나 이혼이 아닌 상태에서 두 집의 아홉 자식을 키우셨다고 한다. 그 많은 재산이 다 어디로 갔을까? 큰아버지는 알아주는 도박꾼이었나보다.

작은아버지가 부고를 돌리기 위해 큰아버지의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돌리니 빚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400을 빌려주고 달에 20씩 이자를 받아먹고 있었는데, 그 돈을 대신 갚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뭐. 연이율 60퍼센트를 먹고 있었으면 그 정도 위험부담은 있어야지. 결국 장례식에 들어온 돈을 다 합쳐 장례비와 화장비를 내고 나니 조금 모자랐는데, 살고 계신 곳이랑 사무실의 보증금이 있을지, 털어도 빚을 갚고 남을지…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아빠와 작은아버지는 나눠서 지불하기로 하고 남은 재산은 정리하지 않기로 결정하셨다.

자식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결국 자식이 없었던 것도 다 그저 운이 안좋았던 것임을 알게 되고 나서 인생이 얼마나.. 운에 의존적인지, 가지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 일이 없음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달까…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면 가시는 길이 조금은 더 괜찮았을까? 자식이 있었다면 도박에 빠지지 않았을까? 큰어머니가 죄인처럼 사시다 못참고 도망가신게 자식이 없었기 때문일까?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인생은 참 요지경이다. 큰어머니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형네 조카의 이름은 연재라고 하기로 했단다.
우리 딱복이는 이름을 연으로 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일이랄까…

October

3일 목요일, 개천절, 집, 날이 춥다.

나는 볼록핑이 되어버렸다. 손목결절종이라나 뭐라나…
인간의 신체란 내구연한 30년짜리로 나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가나보다. 아기는 또 어떻게 키우나?
걱정은 되어도 기대도 많다. 결국 자식이란게 종보존의 역할이니, 내가 불로장생하는건 의미가 없다.
아닌가? 불로장생을 못하니까 자식을 낳는걸까?

September

7일 토요일, 집, 시원해질 줄 모르는 날씨

이조전랑을 하고 싶지 않은 선비들도 많았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7년차부터는 시니어로써의 기대를 많이 한다나? 연봉은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로 주는건가? 그렇다면 퇴사하면 뱉어내야하나? 그렇지는 않잖아.
그렇다는건, 연봉을 물가상승률씩만 올린다면 내가 성장을 해야하나? 딱 지금 잘하는만큼만 계속 잘하면 되는걸까?
여기서 더 성장하는건 자기만족을 위함일까? 그렇지… 자기만족이지.
이러나 저러나…

March

24일 일요일, 집, 따스한 봄날씨

“재성님이 그리고 계신 커리어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여긴 프로의 세계, 나는 프로, 그래 맞습니다. 그리고 있는 커리어의 방향이 없습니다 라고 말할수가 없는 세계란다. 뭔가를 그리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하나씩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것은 좋지만, 뭔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싫다. 빨리 해치우는게 열심히 하는 건가? 다들 이렇게 열심히 미래를 그리며 사나요?

January

26일 금요일, 미금역 스타벅스, 춥다.

뇌가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새해는 시작됐고, 그저 그런 한 해일것만 같고, 많은 계획들이 무산될 것만 같고..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야겠단 목표가 있었던 시기도 있었던것만 같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난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되려나 생각해봐도 이젠 뭐를 해야할지… 결국 할 일이 없어서 회사에 나가는 그런 있으나 없으나 한 사람이 되어가는건지… 조급함은 언제나 여전하고 인생을 길게 보지 못하는 것 또한 여전하다. 나는 결국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음달엔 이사가 있고, 나는 눈썹에 난 피지낭종을 제거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